fate/yuseong/1 해와 달의 새벽

또각

아무도 없는 목운대학교 도서관 세미나실에 발소리가 들린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딛는 것 같은, 머뭇거림과 기대, 그리고 또 망설임을 담은 발자국 소리만이 실내를 울린다. 이 곳에는 아무도 없다. 아니, “아무것도 없다”. 지금은 새벽 3시 7분. 학교의 보안 시스템이 분명 경보해야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아무도 쫒아오지 않는다. 그럴 수 밖에. 이 발소리가 울리는 곳을 바라보아도

아무도 없다.

또각.

날카로운 구두 소리. 체중은 그렇게 무겁지 않고, 키는 작은 사람인 것 같다. 구두의 굽이 두껍지 않은지 바닥과 닿는 파열음이 경쾌하다. 또각. 공간을 울리는 소리는 아주 천천히 천천히 빨라진다. 마치 이제 자신을 가진 다는 듯,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빠르지 않게. 그렇게 아주 천천히 빨라지는 발걸음 소리. 또각. 세미나실의 아랫쪽 구석에서 울리던 소리는 이제 점점 연단으로 다가가기 시작한다. 또각. 어느새 연단 앞에까지 다다른 소리.

스위치가 올라가는 소리가 난다. 지금까지 어둠에 잠겨 있었던 세미나실이 밝아진다. 그리고 연단 위의 화이트보드에는 보드마카만으로 정성들여 그려진 팔진만다라가 있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소녀의 흐느끼는 듯 한, 겁에 질린듯한 목소리가 크지도 작지도 않은 세미나실을 집어 삼킬듯 울리기 시작했다.

“청대작 천원정 심여강래 지본원,

염원하니 이 시대를 삼킬 기사여, 모든 짐승의 제왕이여, 모든 나라의 귀신이자 모든 인간의 원한이여, 이곳에 임하여 모두를 벌하고, 그 죄를 갚으라!”

 

한 가운데에서 소녀의 모습이 나타났다.  대학 신입생 같은 나이에, 하지만 검은 정장에, 한 손에는 보리이삭과 곡옥을, 다른 한 손에는 붉은 검집에 담긴 검을 쥔 모습이 나타났다. 쇼트커트와 맑은 피부에 어울리지 않는 겁먹었지만 당돌한 눈을 가진 작은 소녀. 그리고 그녀의 눈 앞에는, 교탁 위에 붉은 천을 덮고, 그 위에는 낡은 해골 하나와 말 안장이 놓여있었다.

“깃드소서, 서로 남으로 동으로 북으로 나라를 일으킨 그 포악한 호랑이여, 이곳에 깃드소서, 다시 모두를 발치에 뭉갤 그 비범함이여, 이곳에 깃드소서, 못 다 이룬 요동과 중화를 정벌하고, 남으로 왜까지 힘을 뻗을 그 위대함이여, 이곳에 깃드소서! 동으로 서로, 남으로 북으로 모두를 발치에 둘 남자여!”

소녀의 외침에 정적하던 밖이 갑자기 먹구름의 우뢰소리로 시끄러워졌다. 세미나실의 안장과 해골은 갑자기 붉은 빛과 푸른 빛이 번갈아 나타나며 발광하고, 곡옥은 해골 위에서 불길한 소리를 내며 울고 있었고 보리 이삭은 갑자기 씨에서 싹이 나오더니 해골로 붙어 덩굴을 이뤄 모든 것을 감싸기 시작했다.

소녀는 마치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아까의 당참은 온데간데 없이, 사방에서 보이는 기괴한 현상들에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면서도, 마치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 처럼 다시 자세를 가다듬었다. 발을 어께 넓이로 벌리고. 검신을 가운데로 정렬해 앞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3척의 검을 뽑으니 검과 검집의 길이는 소녀의 키를 훌쩍 넘는 것 같았다. 한 손으로 들기 버거울듯한 검을 다시 가다듬고, 칼집을 앞의 교탁 위, 해골 앞에 놓은 뒤 나머지 손을 칼 손잡이로 가져갔다. 그리고 칼을 힘껏 위로 들어 세웠다.

와장창

몰려드는 폭풍에 창문이 깨지기 시작했다. 소녀의 몸에 딱 달라붙는 스커트도, 뺨도, 머리칼도 찢어졌다. 하지만 교탁 위의 물건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바람이 좋다는 듯 혼자서 딱딱 소리를 내며 떨고 있었다. 보리 줄기에 매달려있던 싹은 어느새 무한히 자라 보리 수십단을 묶은 것 같은 기둥이 되었고, 곡옥은 이제 청량한 소리를 내며 세상의 모든 빛을 내뿜고 있었다. 해골은 보리가 만든 단 위에서 여전히 빛을 뿜고 있었다.

“오시오, 왕을 죽이고 왕을 세운, 새 역사를 쓴 이여, 대륙을 무찌르고 발치에 굴렸던 그 광기의 폭력이여, 연개소문 장군이여!”

 

소녀는 칼을 잡고 있던 한 손을 품으로 가져가, 부적을 꺼내 앞으로 날렸다. 그리고 칼로 빠르게 부적을 찔러, 앞에 그려진 만다라에 꽂았다. 아까 발을 부들부들 떨던 소녀는 어디로 갔는지, 지금은 몸을 거침없이 날리고 검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한 사람의 투희가 그 곳에 있었다.

밖에서 우뢰의 소리가 온 동네를 관통한다. 벼락은 계속 되다 못해 낮처럼 밝고, 하늘은 마치 오늘의 역사를 막으려는 듯 미친듯이 비와 바람을 뿜어댔다. 불길한 바람 소리는 이미 모든 창문이 깨진 이 세미나실을 울렸지만, 앞의 교탁의 광채는 물러날 줄 몰랐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광기를 종결하겠다는 의지인 것 같은 큰 우뢰 소리가 천지를 갈랐다. 순간 눈이 멀 것 같은 엄청난 섬광이 하늘에서부터 앞의 해골에까지 이어지고, 마침내, 소녀의 눈 앞에는

 

한 사람의 소녀가 서있었다.

 

“야 아니 내가 좀 사람 많이 죽였기로서니 무슨 사람을 원태조 얘기하듯 하네 야 내가 그래도 남편도 잘 돌보고 아들 셋까지 길러온 애엄만데 말야 좀 이쁘다던가 자상하다던가 현모양처라던가 그런 얘기 좀 넣어줄 수 있는거 아니였냐? 뭔놈의 사람을 완전 마라로 얘기를 해? 나 그렇게까지 사람 많이 안 죽였다. 응? 그리고….”

검은 정장의 소녀는 도대체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앞에 서있는 꼭 자기와 같은 또래의, 머리에는 띠를 두르고 어피갑옷을 입은 소녀를 멀뚱멀뚱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어안이 벙벙해서 앞의 뭔가 이상한 여자가 얘기하는 걸 듣는둥 마는둥. 대꾸도 할 새 없이 그저 허탈해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저….. 누구.. 세요?”

그리고 소녀의 눈에는 또 다른 섬광이 보였다. 앞의 갑옷의 소녀가 허리춤에서 단도를 집 째 꺼내서 머리를 정통으로 가격한 것이다.

“야 초면에 그것도 니가 불러가지고 왔는데 그건 아니지 내가 성은 천이요 이름은 연 개소문이다. 니가 불러놓고 어떻게 그렇게 얘기를 할 수가 있냐”

“네? 니가 연개소문?”

“니가라니!”

또 섬광이 비춘다.

“그래 내가 연개소문이다. 작명은 대막리지요 태왕태부에 태대대로에 동부대인이며, 왕의 외조모였던 고구려 최고군사위원장이였단 말이다.”

“헤에…. 쟈 네요! 연개소문이 어떻게 여자일 수 있는데? 역사서에도 전부 남자라고 나오고 5척이 넘는 키에 괄괄한 성격이라고 돼있더만, 그리고 니가 썼다는 저 칼도 니 키보다 크겠다. 당신 진명이 뭔데 지금 여기 끼어든거야 응? 이쪽은 우리 집안 부동산 400억이 걸린 일이라 장난 할 기분 아니거든요? 그리고 최고군사위원장이라는건 또 뭐야 위키 검색을 이름 비슷하다고 김정일로 한거 아냐?”

“이런 싸가지가 아가리 자세 고쳐라 이년아 내가 너보다 산것만도 4배는 넘게 살았고 태어난건 1300년 전이야 인마”

말도 안되는 일이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영문을 모르겠다. 이런 걸 보고 멘붕이라고 하던가?

“으음.. 으음. 으음… 으음.. 그렇단 말이지…”

앞의 소녀는 왠지 모르게, 내 옆에 TV라도 있는 것 처럼 쳐다보다가, 알 수 없는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그리고 또 입을 뗀다.

“아무래도 지금 세계에서는 내가 남자로 알려져있고, 아까 네가 나를 부를때 했던 말 처럼 괴팍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나보구나. 먼저 좀 알았으면 놀라지 않게 자기 소개라도 깔끔하게 할 것을, 아쉽구나. 그래 내가 바로 왕과 180 대신을 죽이고 수나라 양광을 쳐부순 대막리지 천 연개소문 맞다. 네가 아마 내 대부인 것 같구나”

“아 네…. 그러니까 연개소문이라는 건 알겠는데, 왜이렇게 어린 모습으로 오셨어요? 위엄이고 나발이고 없는 것 같은데…”

“예끼! 이몸께서 그래도 여자 아니더냐. 나름 사내놈들을 후리고 다닐 적 모습이 이 몸에게는 가장 자랑스러운 나날이기에, 언제나 이 모습으로 다니려고 노력하고 있다”

“저.. 그러니까 그럼 뭐 별 의미 없지만 현생한 나이가….”

“스물 하나 되느니라”

 

“딱!”

“무엄하도다! 어디 대막리지에 손지검인거야”

아까와 비슷한 타격음이지만 이번에는 대상이 다르다. 붉은 칼집의 윗 부분으로 스스로를 연개소문이라고 이름 댄 소녀에게 날린다.

“아니 대막리지고 대막걸리고 나발이고 이봐요 왜 내가 저런 영창을 했을 것 같은데? 우리가 진짜 역사를 아냐고? 몰라! 나도 있는 골동품 중에 골라 보니까 고구려대꺼가 많아서 연개소문으로 찍은거지. 뭔가 역사가 틀어진 거 아냐?”

“안 틀어 졌다니까! 안 틀어 졌어!”

제대로 역사가 전달돼 왔으면 이런 일이 없었겠지. 하지만 역사는 우리가 태어나기 전의 일이기 때문에, 혹은 문자조차도 발명되지 않았던 시절의 이야기가 내려온 것이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남녀 관계가 바뀐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러니까, 이 쪼끄만 꼬맹이 – 그러니까 나보다 나이 어린 꼬맹이가 동양에서 가장 악명높은 살인귀중 한명인 연개소문이라고?

“자, 이런 스산한 곳에서 계속 이야기하기도 그렇지. 네 집으로 안내하거라. 대합전을 위해서 날 부른게지? 그럼 그에 맞는 대접을 하거라 소녀. 그나저나 오랫만에 현신하는 것이다 보니 매우 배가 고프구나, 자! 먹을 게 있는 곳으로 안내하거라! 강산이 수백번 이상 변했으니 맛있는 것도 그만큼 많을테지.”

배짱 한번 좋다. 일단 나도 너무 힘을 많이 쓴 것 같아 당장 허기지기도 하고, 제대로 된 먹을거리를 하루종일 수양한답시고 입에 대지도 못했으니, 당장 열어있을 만한 식당으로 가야 겠다.

“집에는 변변한 먹거리도 없고, 근처라고는 해도 한 20분은 걸어가야 하는 곳에 제대로 된 식당이 있어. 그곳으로 갈까? 아무래도, 일단 허기를 달래는 게 우선인 것 같아.”

“좋다. 근데 왜 갑자기 말이 짧아지는게냐. 내가 스물하나의 나이로 나오긴 했다만 그래도 너희들 생각으로 따지면 천살이 넘었거늘”

“그럼 천 살 모습을 하고 다니시던가.”

퉁명스럽게 쏘아붙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뭐랄까, 너무나도 당연하게 믿고있었던 시험 결과가 F학점을 맞은 듯한 이 미묘한 기분을 어떻게 형언해야 할까. 어찌되었건 이런 말이 효과가 있었는지, 스물 한살 어피갑옷의 여인네는 입 닫고 가던 길을 재촉하고 있다. 뭐, 일단 한시름 놓는다고 봐야지.

 

우리는 묵묵히 한 십여분을, 근처의 적막한 풍경과 간간히 오는 차 소리와 함께 걸었다. 그리고,아마도 갑천교쯤 이르러서, 연개소문 소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네놈은 자동차라는게 없느냐? 갑옷이 아까 비에 젖어 무거운데, 걸어가기가 매우 힘들구나”

“면허가 없어. 차야 사면 되는데 운전하는게 영 나하고 맞지 않더라고.”

두 소녀가 비에 쫄닥 젖은 채로 도안동 아파트 단지 안을 걷고 있다. 한 소녀는 사극에서 지금 튀어나온 것 같은 어피갑옷에 오중검을 허리춤에 차고, 두건에는 대막리지의 문장옥을 달고 있다. 신발은 신발이라기 보다는 발에 밑창을 묶어놓은 모습에, 뒤에 철로 된 굽이 따각따각 시끄러운 소리를 내고 있다. 미끄럽지도 않나.

나는 무슨 에로 게임 주인공같은 몰골을 하고 있다. 여기저기 찢어진 옷에, 뺨에도 찢어진 자국이 선명하다. 여기저기 가볍게 찢어진 상처가 피투성이이긴 한데, 걸으면서 손수건으로 일단 보기 흉하지 않을 정도로만 닦아주고 있다. 비에 젖은 물기도 있겠다 핏자욱이 지워지는 것이 크게 무리는 아니였다. 다만 살짝살짝 쓰라림이 느껴지는 게 좀 기분 나쁘다.

“허허 이상하구나. 내가 이십년 전 현세했을때의 대부는 자동차도 있고 말도 있고, 나름 내 불편한 것 없이 대해줬는데 말이다. 나를 불렀다면 분명 이 동네의 꽤나 잘 나가는 집안의 처자일텐데, 희한하게도 네놈은 그런 것이 없구나. 어찌 된 일이냐? 무슨 일이 있었던게냐?”

“그냥 취향 문제야. 그리고 너는 정히 힘들면 영령화라도 해서 잠깐 사라지면 되잖아. 뭘 그렇게 말이 많아?”

“영령화 하면 이 세상이 어떤 곳인지 알기 힘들지 않느냐. 나도 내 마음대로 할꺼다. 신경쓰지 말거라 흥”

그렇게 터덜터덜 걸어 갑천을 건너 패션월드 앞 만복순대국밥에 도착했다. 예전에 카이스트에 있을 때 자주 다녔던 국밥집. 익숙하게 방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으려는데, 저 어피 갑옷이 여러모로 발목을 잡는다

“신발을 벗어야 하지 않는가, 왜 그런곳으로 가는가 곤란하게”

아.. 그러고보니 내 몰골도 왠지 방석을 더럽힐 만한 상황이다. 다시 구두를 (힘겹게) 신고, 테이블석으로 가 자리를 잡았다.

“저기 뭐 깔끔한 먹을거리는 지금 시간은 없어서, 이런 것 괜찮아?”

“음, 이 몸 순대국밥은 이전에 현현했을때 먹어본 적 있다. 괜찮다. 근데 여기는 왠지 냄새가 그때와는 다르구나”

“어. 좀 낮설긴 할꺼야. 근데 말야”

 

“순대국밥 두개요”

우리가 말을 하건 말건 아주머니는 밥상에 깍두기, 김치, 파절임, 다대기와 순대국밥을 올렸다. 언제나 배를 자극하는 이 농진한 돼지 비린내. 젊은 처녀가 이런 걸 먹는다고 하면 뭐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난 이런게 좋다. 여러모로 지칠때 먹으면 “아 고향이다”라는 느낌이 올라오는 이 느낌. 하루 종일 몸에서 이 비린내가 나지만, 그것조차도 또 다른 쾌감이다. 이런 날 변태라고 불러다오.

“으…. 이런 건 처음이다. 내가 살던 고려에서도 이런 건 없었는데 말이다….”

“일단 먹어봐. 지금 당장 선택할 수 있는게 이거밖에 없어”

비를 쫄딱 맞고, 게다가 나는 행색이 거지꼴이다 못해 경범죄에 걸릴 수준의 옷의 생채기를 안고 있는 바람에, 평소의 식당이였다면 누구에게든 시선을 빼앗았겠으나, 지금은 그런 타이밍이 아니다. 새벽 5시, 해가 뜨기 시작하고, 모두는 잠들어 있는 시간. 그저 순대국밥집 한곳만 묵묵히 적막을 열고 있을 시간. 이 시간에 오는 사람이라고는 술꾼이나 예전의 나같은 야근노동자들 뿐이다.

“어찌되었건, 물어볼게 있는데”

“궁금한게 있다면 물어보거라. 자신있게 대답해주마”

“너 진짜 연개소문 맞아?”

“아까 그렇게 설명하지 않았더냐?! 내가 왜 그런 설명을 구구절절 곁들여서 너를 설득해야 하는 지 모르겠다. 본인도 인정하고, 네놈도 부른게 다름 아닌 이 연개소문인데, 왜 계속 물어보느냐”

“아니, 아무래도 생각하고 있는 이미지랑 다르달까…. 음… 뭐랄까…”

이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을 글로 풀어내는 자, 노벨문학상을 받으리라. 생각을 거듭하며 순대국밥을 두어숟갈 입에 떠 넣는다. 그리고 오물오물 씹으며 대체 무슨 말로 이 상황에서 내가 이렇게 인지부조화로 헤매고 있는지를 이 처자에게 설명해야 하는데, 적당한 말이 참으로 떠오르지 않는다.

“일단 내가 기대했던 것 하고는 완전 달라서. 지금까지 전승되는 사서에는 어디에도 연개소문이 여자라는 말이 없었거든. 설령 다른 학설이나 기록이 있더라도 일단 그 때는 남성사회 아니였어? 왕도 전부 남자였고. 아무래도 이해가 안되는게 한두개가 아니라서.”

“어허… 천년을 지나도 남성에 대한 환상은 여전하구나. 사실 지난번 현현했을 때도 비슷한 물음이 끊이질 않아서 내심 속이 안 좋았느니라. 별로 중요한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설명했으면 좋겠지만, 그저 말하고자 한다면 우리 때에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였기에, 별다른 이론을 내세울것도 마뜩치 않구나”

“하긴 그래… 당연한 걸 설명하라고 하는 것 만큼 힘든것도 없지. 그 마음 이해해. 내가 지금 이 상황에서 황당해하는걸 너한테 얘기 못하는 것 처럼 말야.”

그리고 한동안 말 없이 국밥을 먹으며 그저 식사가 끝나기만을 두 사람이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소주 한잔 할래?”

“좋다. 우리 대부 호인이로구나”

어색한 분위기도 깰 겸, 소주를 시킨다. 서로의 잔을 채우고 잔을 앞에 기울인다.

“어찌되었건 우리는 이렇게 만났다. 그대는 나의 대부로서, 나는 그대의 분령으로서 승리를 향해 함께 하여야 하니, 서로 팔이 되고 다리가 되어 서로 지키자. 그리고, 이 성배전쟁에서 이기자.”

“어쨌든, 이겨야지.”

생각보다 짧고 담백한 건배사로 잔을 나누고, 우리는 주종관계를 맺고, 술이 두세병 더 들어갈 때 즈음 해서 밖으로 나왔다. 어느덧 일곱시. 도로는 아침 출근하는 사람들의 인파가 몰리기 시작하고, 오늘부터의 “나”는 새로운, 아니 완벽하게 이형의 일상으로, 이 분령과 함께 뛰어들어야 한다. 미덥지 않은 부분은 접어두자. 오늘 할 수 있는 것은 별거 없으니까. 일단 가서 목욕하고, 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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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e/yuseong

그리 넓지 않고 또 쓸데없이 복잡한 유성에서 펼쳐지는 9인의 서번트와 마스터의 거대한 성배전쟁!

*픽션입니다. 소송걸지 마세요

1. 시작의 세 가문 : 여흥 민씨, 공주 이씨, 은진 송씨

송시열의 계를 받은 은진 송씨 가문은 한밭에서 조금 떨어진 웅주, 대덕에 그 터를 잡고 집성촌을 만들어 살아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유성은 열과 냉의 기운이 계속 섞이는 한반도 계룡산맥의 근원의 도시. 은진 송씨 11대손 송재기 도사의 힘을 빌어, 그 땅과 하늘의 기운을 합하여 천도를 열려 하였으나, 이 곳은 정씨가 왕이 될 땅이라 하여 배척당한 뒤로 땅의 안정만을 위해 물이 많은 배를 길러 그 화기만을 가라 앉히려고 하였다. 이리하여 동네 이름도 가수원이 되고, 송씨의 세력은 지역에서 뿌리를 내려 지역을 평안하게 다스렸다. 하지만, 임진왜란 이후 쓸만한 과수목들이 전부 뿌리 뽑혀지고, 땅에 뿌려진 피로 양기는 더욱 뻗쳐 오르는 상황. 이에 은진 송씨는 당시 공주목의 공흥 이씨, 옥천군의 여흥 민씨와 함께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풍수법을 근간으로 하여 서쪽에는 법력을 기반으로 하는 온천을 뚫어 땅의 뜨거운 기운이 바로 밖으로 나가도록 하였고, 동쪽에는 지맥의 운기를 조절하여 만든 큰 하천인 갑천을 둘러 음기의 찬 물이 항상 흘러 음양의 조화를 이루고자 했다.

이렇게 임진왜란 이후 3백년동안 음양의 조화는 큰 부침 없이 지역을 이끌었고, 이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시작의 세 가문은 계속 노력해왔으나, 청일전쟁, 한일합방,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3.1운동의 주요 학살지가 된 서대전네거리의 원령이 떠나지 못하고 기가 강한 유성으로 몰리는 바람에 유성은 다시금 위기를 맞이한다.

1961년, 해방 후 안정을 찾고 다시 돌아온 시작의 세 가문은 다시금 유성의 정상화를 꿈꾸며 원대한 계획을 세운다. 남쪽으로는 갑천의 반 규모인 도솔천을 유성 전체를 가로지르고록 만들고, 북에는 충남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학문의 중심을 만들어서 학문의 양기가 감히 음기와 원귀가 침범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경하장을 중심으로 남녀의 밀회 장소를 만들어 땅에 차있는 양기와 음기를 조화시키기로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만으로 끝났다면 좋았을 것을, 정부는 서울과 대충 가깝지만 핵이 터져도 영향 없을 정도로 멀다는 이유로 1970년 대덕군에 원자력연구소를 설치하고, 원자력연구소 이남 800만평에 대해 대덕연구단지를 지정하여 모든 과학기술 인재를 모이게 하였다. 지맥이 너무 강해 음양의 조화가 잘 이뤄지지 않는 이 유성에, 제대로 써보지 못한 양기들이 음기처럼 음울하게 사장되어 울고 있게 되는 것이다.

이리하여 젊은 양기를 더 잘 모여들 수 있도록 카이스트를 만들고, 주변에 엑스포를 유치하여 이쁜 도우미들이 항시 대기하게 하였으나 도우미들은 그 음울한 양기에 질려 도시를 뛰쳐 나갔고 카이스트는 젊은 애들도 별 다를 것 없다는 것만 알려주었다.

이런 가운데에 임시 방편으로 경륜장을 설치하여 도시의 음과 양의 무한정 발산지대를 만들고자 했으나 본인들이 생각해도 이건 미친 짓이라는 관계로 일단 보류하고, 역사상 처음으로 각 고을의 기운을 오롯이 받은 장사들을 모여 경연을 펼침으로서 사람의 모든 음양의 기운을 받아내고자 하였다. 이에 선발된 9인의 서번트는 다음과 같다.

1. 도안 : 마스터 민혜정 / 서번트 클래스 세이버, 진명 연개소문 (여)
2. 노은 : 마스터 류준하 -> 최혜민 / 서번트 클래스 캐스터, 진명 의녀 장금 (여)
3. 구즉 : 마스터 최점례 / 서번트 클래스 아쳐, 진명 셜록 홈즈 (남)
4. 신성 : 마스터 락샤타 메헨디 / 서번트 클래스 아쳐, 진명 디어뮈드 오 디나 (남)
5. 충남대학교 : 마스터 이준봉 박사 / 서번트 클래스 랜서, 진명 에이다 러브레이스 백작부인 (여)
6. 카이스트 : 마스터 렌샤오민 박사과정 / 서번트 클래스 버서커, 진명 니콜라 테슬라 (여)
7. 온천동 : 마스터 손 탁 / 서번트 클래스 어새신, 진명 홍길동 (성별불명)
8. 전민 : 마스터 복진기 박사 / 서번트 클래스 익스플로저, 진명 제랄드 불 (남)
9. 진잠 : 마스터 송종만 옹 / 서번트 클래스 사이코패스, 진명 이 제(양녕대군,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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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3 근황

1. 몸이 많이 나아졌다. 내 혈액검사 수치 중에서 이정도로 말끔한 결과는 처음 본다. 심지어 간이 많이 나았다! 지방간 “조금” 있는것과, “정상치에서 약간 높은” 중성지방 수치 이외에는 이상이 없댄다. 정말 의외의 상황. 사실 몸으로 느끼는 체력이 많이 떨어지는 기분이였는데, 그런 말을 듣고 나니 왠지 더 건강해지는 것 같다. 아 그리고 덤으로 빈혈이 있다고 한다. 그냥 그 날은 선지국 먹으러 갔다. 아마도 당일에 검사가 몰려서 앰플 15개를 한방에 채혈해서 그런 것 같은데… 뭐 일단 지금은 그렇게까지 빈혈기가 있는 건 아니니 좀 넘어가자.

2. 다중지향기술단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개발자 한명, 영업 한명, 인턴 세명으로 이뤄져있는 사무실. 나름 화목하지만 또 내가 북적이는 걸 싫어하다보니 꽤나 딱딱한 느낌의 사무실이다. 곧 한명을 더 채용할 생각이다. 이번에 채용할 사람은 COO급의 중간경력직이다. 부디 좋은 사람이 들어오기를 바란다.

3. 난 우리 직원들의 프로페셔널 정신을 원한다. 물론 내가 거기에 합당한 연봉을 지급하고 있다고 나름 생각한다. 적어도 이 지역에서는 납득이 가는 연봉선을 지급하고 있다. 내가 원하는 프로페셔널 정신이란, 자신이 약속을 지켜내는 것을 이야기 한다. 난 그런 모두를 원한다.

 

이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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