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ifesto : 나의 잠언

연대를 구하며, 고립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바른 길보다 빠른 길은 없다

바닥 아래는 언제나 더 깊은 바닥이 있다.

오래된 것에는 대부분 이유가 있다.

머리보다 입이 빠르고, 입보다 손가락이 빠르다.

뭘 할지 모르겠다면 손가락을 움직여라.

우리 모두가 죽게 될지라도,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할 것이다

삶은 고통이다.

골프 입문하기 :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 들

당신은 적당한 여유시간이 있다. 하지만 그 여유시간에 격한 운동을 한다거나, 캠핑을 간다거나 하는 것은 모두 귀찮다. 그저 몸을 조금 움직이고, 적당히 땀이 나고, 그렇다고 근육을 키워서 뭘 할것도 아닌, 좋은 바람 쐬면서 할 수 있는, 그리고 “나이 60까지도 죽 가져갈 수 있는” 취미를 하나 가진다면, 답은 하나다. “골프”

골프는 귀족 스포츠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고급 스포츠는 아니다. 다만, 다른 스포츠에 비해서 초기 장비 투자가 좀 많이 필요할 뿐이다. 물론, 이러한 장비 투자도 본인이 마음 먹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저렴하게 구축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사이클이나 캠핑의 1/3 정도면 충분하다. 이 글은, 20대 후반 ~ 30대 후반이 골프를 즐기기 위해 가장 먼저 챙겨야 하는 것에 대해 간단하게 정리하고자 한다.

“정신적 준비”

단, 유념해야 할 것이 있는데, 골프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것은 “인내”와 “시간”이다. 골프는 수양적 성격이 강한 스포츠중에 하나이다. 어제 내가 빨랫줄같은 공의 궤적을 봤다고 내일 똑같은 공이 쳐지리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또한 내가 아무리 공이 멀리 나간다고 해도, 퍼팅 하나 실수하면 그 노력이 전부 허사가 되기도 한다. 또는 아무리 드라이버 샷이 바닥을 긴다고 해도 정확한 숏게임으로 전부 만회할수도 있는 게임이다. 또는 한때 바람이 불어서 내가 원하는 지점에 안착하지 못할수도 있고, 재수가 없으면 공이나 드라이버가 꺠져서 한 라운드를 드라이버 없이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들은 모두 돈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 들이기에, 나는 골프 “준비”에 돈을 많이 들이는 것을 바람직하지 못하게 생각한다.

또 하나 중요한것은 “약속”이다. 골프장에서 가장 사람 취급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골프 약속 펑크내는 사람들이다. 요즘은 골프 인구가 많이 줄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는 주말 부킹을 위해서는 꽤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약속을 펑크내는 것은 이러한 노력을 전부 허사로 만드는 일이다. 연습 약속, 시간 약속은 금이다. 이걸 지키지 못할 수준으로 바쁘다면, 애초에 연습할 시간도 없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가급적 채를 잡지 않는 것을 권한다. 골프는 바쁜 사람에 적합한 운동은 아니다.

“장비” : 장비병으로부터 탈출하기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골프를 추천하면 가장 먼저 들려오는 말이 바로 “장비가 비싸지 않나?” 라는 의문이다. 당연히 골프는 일반적인 운동에 비해서는 장비 값이 꽤 나간다. 물론, 이것은 “모든 장비를 중급 이상으로 맞췄을 때” 얘기이고, 입문하면서 이렇게까지 비싼 장비를 살 필요는 없다. 오히려 비싼 장비는 대부분 어느정도 이상의 실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골프 입문을 포기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주기 바란다.

하지만, 골프 장비중에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채”가 아니다. 골프채 풀 세트는 자신의 스윙이 어느정도 잡혔을때 사야 한다. 기껏해야 똑딱이 좀 칠 줄 아는 시점에서 장비 풀 세트를 갖춰봤자, 들고다니기 무겁고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여러분이 골프채를 난생 처음 잡는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먼저 필요한 몇가지를 먼저 정리해본다.

1. 장갑 : 골프는 맨손으로 “칠 수 없다”. 만약 맨손으로 치고 싶다면, 왼손이 몇번 찢어질때까지 연습해야 한다. 골프채가 공에 맞으면서 받는 충격을 전부 손에서 잡아줘야 하기 때문에, 장갑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여성이라면 양손 장갑(여성용), 남성이라면 왼손 장갑(왼손잡이의 경우)이 필요하다.

장갑 역시 여러 종류가 있는데, 초보일 경우 무난한 실리콘 장갑(이마트 가면 만원 이하에 살 수 있다)정도면 충분하다. 자신이 연습량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튼튼한 연습용 장갑 하나를 가지면 적어도 3달은 쓸 수 있다. 혹시 찢어질때를 대비해서 2개씩 갖추고 다니는 것을 추천한다.

2. 신발 : 요즘은 가끔 스크린골프에서도 구두 신고 라운딩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구두 코 다 나간다. 골프는 발의 마찰력을 꽤 많이 이용하는 운동인 만큼, 골프 신발이 필요하다. 사실, 초보용 장비를 종합해본다면 신발이 가장 비싼 장비가 될 것이다.

예전에는 모든 신발이 구두 형태로 되어 있어 관리도 까다롭고, 불편했지만, 요즘은 그냥 다 운동화 비슷하게 생긴 것들을 신는다. 저럼한 것은 6만원, 최대 15만원 이내에서 고른다면 좋은 신발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운동용 신발이 모두 그렇듯이 자기 발에 딱 맞는 것으로 사야 한다. 발이 헐겁게 될 경우 애써 잡은 스텐스(준비자세)가 어긋나게 되고 결국 폼의 총체적 난국을 가져온다.

또 하나 중요한것은, 신발 TOOL을 꼭 사라. 골프 신발에는 발을 땅에 강하게 고정시켜주는 스파이크가 달려 있는데, 이게 생각보다 잘 부서진다. 새 신발을 샀다면 기왕에 돈 쓰는 김에 여분의 스파이크와 그 교환 도구를 갖추는 것이 좋다. 스파이크는 20개 세트에 3천원 ~ 1만5천원, 교환 툴은 1만 ~ 2만원 내외에서 살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는데, 신발은 골프 스코어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이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신발을 신을 경우 하체가 무너져 애써 만들어온 골프 폼이 엉망이 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좋은 신발을 오래 신는 것 보다는 저렴하고 편한 신발을 주기에 맞춰서 교환해주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골프 신발이 무슨 소모품마냥 6개월에 한번씩 교환해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일상화가 아니고 골프 연습 / 라운딩 때만 신기 때문에, 3~5년정도 신을 수 있다. 단, 스파이크를 제때 갈아주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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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초보채 테일러메이더 버너. 캐비티 아이언이다. 이런 녀석들이 막 치기 좋다.

3. 연습용 골프 채 : 골프를 막 시작하는 사람들이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이 바로 골프샵에 가는 것이다. 샵에서는 개인 피팅이니 아시아 스펙이니 갖은 휘향찬란한 언어를 동원하며 초보자에게 적어도 150만원 이상의 세트를 권한다. 골프인으로서 상당히 아쉬운 일인데, 여전히 양심불량 업체는 성업하고 있다. 초보라면 “중고 골프 매장”으로 가라. 거기서도 아이언 풀 세트를 살 필요는 없다. 7번 하나, 5번 하나, 드라이버 하나면 적당하다.

아이언 7번은 여러분이 60 먹을때까지 주구장창 연습해야 할 채이다. 그만큼 소모도 많고, 많이 찍어낸다. 각 메이커들은 자신들의 채를 홍보하기 위해서 “시타채”라는 걸 뿌리는데, 시즌이 끝난 시타채는 전부 중고 매장으로 향한다. 중고 매장에 가면 여러분이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7번, 5번 아이언이 넘쳐난다. 그런 것 중 하나를 사면 된다. 중고니까 영 찝찝할 것 같다고? 그럼 그립을 교환해라. 어차피 시타채는 기껏해야 공 1천개도 치지 않은 상태에서 매물로 나온다.

단 여기서 주의할 점이, 남성의 경우 아이언의 경우 본인이 팔힘이 어느정도 좋다고 생각되지 않은다면 “경량 스틸 아이언”을 추천한다. 10년 전에는 경량 스틸 아이언이 상당히 고급 라인업에만 존재했지만 요즘은 대부분이 경량스틸이다. 최근에 나온 시타채라면 대부분 경량 스틸이라고 보면 된다, 단 확인을 위해서 골프 샵 직원에게 경량인지 아닌지를 문의하는 것을 추천한다. 팔의 힘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라파이트(흑연)나 카본을 쓸 수도 있지만, 아이언은 경량 스틸 정도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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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슬 아이언. 쳐다보지도 마라. 프로용이지만 정작 프로골퍼들도 많이 안 쓴다.

여성의 경우는, 내가 여성 골퍼가 아니라 잘 모르지만, 연습만 하면 손목이며 팔이며 파스 붙이고 다니고 싶지 않다면 그라파이트로 가라. 골프 용품은 전반적으로 여성용 용품이 비싸다. 이는 경량화 기술이 그많큼 많이 쓰이기 떄문이다. 본인이 여성이더라도 팔 힘이 좀 있는 편이라면, 남성용 그라파이트 채를 쓰는것도 나쁘지 않다. 단, 본인 팔 힘에 대한 평가는 적어도 6개월간 여성용 채를 쳐 본 다음에 결정하는 것이 좋다.

드라이버는 여러분이 지금 산다고 해도 어차피 한 (연습을 주 2회 이상 꾸준히 한다는 가정 하에) 3개월 후에 잡게 될 것이다. 그 전에는 그냥 모셔놓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때 가서 사도 되고, 그냥 바로 사도 별 문제는 없다. 페이스(공이 맞는 부분) 넓이가 넓고, 채를 들었을 때 채의 무게중심이 휘둘린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무난 한 것으로 고르는 것이 좋다. 드라이버 역시 고급자용 / 중급자용 / 초급자용이 구분되어 있는데, 한결같이 말하지만 “초급자용 중고”를 사라. 어차피 여러분이 1년 이상 골프를 친 다음에야 다음 채를 제대로 잡을 수 있다.

연습용 채는 전반적으로 아이언 2만원 ~ 4만원, 드라이버 8만원 ~ 15만원이면 구할 수 있다. 참고로 필자도 14만원짜리 중고 드라이버를 사용하고 있는데, 주변 골퍼들에 비해서 거리가 꽤 나가는 편이다. 드라이버 비싸봤자 까다롭기만 하고 잘 맞지 않는다. 욕심을 버리자.

4. 퍼터와 퍼팅 매트 : 집이 좀 넓어서 집에서 퍼팅 연습을 하고 싶다면 퍼팅 매트와 퍼터를 사는 것이 좋은데, 이 역시 5만원 넘지 않는 선에서 구하는 것이 좋다. 퍼팅 매트가 아무리 좋아봤자 실제 퍼팅 그린과는 천지차이고(애초에 그린 상태라는게 날마다 케바케다), 그냥 방향을 흐트러지지 않게 한다 정도로만 생각하는것이 좋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하지 마라. 쓸모 없다.

초보자용 퍼터는 플럼버 넥 (헤드와 샤프트가 두번 꺾여서 연결되어 있는 종류), 말렛(반달형)이 좋다. 초보는 닥치고 직진성이다. 샤프트와 헤드가 바로 연결된 스트레트형이 멋있기는 하지만, 그만큼 다루기 어렵다.

퍼터에 대해서 조금 말을 보태자면, 한국에서 팔리는 2백만원짜리 Hiro Matsumoto같은 퍼터는 정말 한국, 일본, 중국에서만 나간다. 퍼터는 딱히 무겁다고 좋은것도 아니고, 비싸다고 좋을 것도 없다. 당장 골프황제 타이거우즈의 퍼터는 테일러메이드 뉴포트 2로, 33만원짜리다. 이 이상 가격대의 퍼터를 쓰는 프로들도 극히 드물다. 싼 퍼터니까 채가 휘어있거나 그러지 않을까? 라는 의문도 가질 수 있겠지만, PGA 우승 경력이 있는 어느 골퍼는 지방의 중고 골프샵에서 5$짜리 퍼터로 우승한 적도 있다. 퍼터의 가격은 스코어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필자가 쓰는 퍼터도 15만원짜리인데, 내 골프 백에서 가장 비싼 채이다. 사실 이걸 15만원에 산 이유도 라운딩 가야 되는데 퍼터가 부러져버려서 어쩔 수 없이 급하게 산 것이고, 중고라면 6만원, 신품이라면 20만원 내외에서 얼마든지 좋은; 심지어 PGA 프로와 동일한 퍼터를 사용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장갑 2개 2만원, 신발 10만원, 아이언 5, 7번 합 7만원, 드라이버 9만원, 퍼터 8만원 정도면, 그냥 동네 스크린골프 가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정도의 장비는 완성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실력이 늘면 개별 채를 구매할 수도 있고, 그게 성에 안찬다면 아이언 세트만 따로 구매할수도 있다. 우드(3, 5번 우드)도 있으면 좋지만, 당장 초보때는 없어도 큰 문제는 없다.

“연습” : 많은 연습이 좋은 스코어를 절대 보장하지 않는다.

박세리 이야기를 잠깐 하자. 나는 박세리의 고향인 공주 출신이고, 박세리가 고등학교 시절 수련하던 연습장에서 수련했다. 딱히 특별할 거 없는 시골에 널려 있는 연습장이다. 그렇다고 프로가 엄청난 실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연습벌레였고, 많은 연습이 무조건 최고인 줄 알았다. 덕분에 나는 아직도 비만 오면 무릎과 손목 관절이 시린다. 박세리가 하루에 2천개씩 연습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그때는 “와 대단하다”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관절은 멀쩡하겠냐”라는 반응이 나온다.

연습은 하루 1시간(솔직히 1시간도 길다. 쉬엄쉬엄 하자), 주 3회면 정말 많다. 골프공과 채가 맞닿을때의 충격이 손목과 어께, 무릎으로 전해진다는 것을 기억하자. 골프는 지구력을 발휘하는 운동이 아닌, 순발력과 집중력의 운동이다. 게다가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딱히 프로를 준비하는 것도 아니다. 여러분의 관절과 척추는 기본적으로 일 하는데 쓰여야지, 골프때문에 소모되면 안된다. 손목이 아프다 싶으면 바로 채를 놓고, 음료수라도 마시면서 골프장에 비치되어있는 손수건으로 냉찜질을 해주는 것이 좋다.

골프 프로들도 연습을 그렇게 무식하게 하지 않는다. 프로들은 오히려 같은 채로 100개를 치기 보다는 한 채로 10개 미만의 공을 보내고, 계속 채를 바꿔서 연습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실제 라운딩에서 2nd shot과 3rd shot이 같은 채일 확률은 0에 수렴한다. 같은 자리에서 어드레스를 풀지 않고 같은 스윙을 하는 일은 “없다”.

골프 레슨 프로를 선택할때도 이 부분을 유념해야 한다. 당신의 레슨 프로가 만약 이런 “연습벌레형”이라면, 당신의 자식을 골프 프로를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그 골프장에 가서는 안된다. 생활인 골프는 프로의 골프와 당연히 달라야 한다. 좋은 샷보다 몸에 맞는 샷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이 한국에는 이러한 “생활형 골프”를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프로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레슨프로가 경기 프로를 겸하다보니 생긴 부조리인데, 이 부분이 개선되지 않으면 생활인 골프 인구는 계속 줄어들 것이다.

“매너” : 골프는 매너로 시작해서 매너로 끝난다

타석에 올라서서 골프채를 잡고 휘둘러보면 알겠지만, 골프 샷은 꽤나 많은 집중력을 요구한다. 당장 여러분과 PGA 골퍼의 차이는 팔힘의 차이 같은 피지컬도 없지야 않겠지만, 공을 대하는 “집중력”이라는 것을 상기하자. 스크린골프를 치더라도, 상대방 타순에 “겐세이”하는 것은 큰 실례다. 예전 박세리 돌풍 이후 한국 골프에도 갤러리라는 개념이 생겼는데, 시끄러운 응원때문에 퇴장당했다는 소리를 꽤 자주 들었다.

모든 골프 경기(심지어 PGA경기도)는 심판이 없다. 각 선수가 선수를 담당하는 것이고, 가장 큰 심판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안 보이겠지”라고 공을 하나 더 까놓는 것도 들키면 개망신 당하고, 결국 다음 경기부터 없는 사람 취급 당한다. 필드에 나가고 싶다면 첫 라운딩부터 본인의 매너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여러분이 회원권을 사서 다른 사람을 초청하는 호스트가 되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다.

 

물론 이 글을 읽는 분의 대부분은 필드에 나가는 것이 그렇게 잦지는 못할 것이다. 대부분의 라운딩은 스크린골프가 될 것이고, 파3도 많을 것이다. 솔직히 한국은 그린피가 비정상적으로 비싸다. 적어도 18홀 1인당 12만원 이상의 그린피를 내야 한다. 하지만 상심하지 마시라. 서울 근교에는 한 라운딩에 2만5천원짜리 파3 골프장이 널리고 널렸다. 골프의 재미도 딱히 다르지 않다. 이정도만 치더라도 주말 여가로는 손색이 없을 것이다. 그것도 귀찮다면 여러분 집 5분 거리 안에 스크린골프장이 2개는 있을 것이다.

골프에 입문하는 것을 환영한다.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해야 하는, 그러면서도 시간을 즐기며 보내는 골프라는 스포츠는 그 나름의 매력이 충분하다. 입문의 문턱도 많이 낮아져서 여러분들이 얼마든지, 마음만 먹는다면 입문 가능하다. 주변의 장비 같은건 신경 쓰지 말라. 오히려, 그 좋은 장비를 가지고도 7번 아이언으로 100m를 보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마음껏 비웃는 것도 나름의 묘미이다. 골프는, 수많은 사람들의 대화와 캐디와의 보조 등등이 필요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남는 스코어카드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200m가 넘는 드라이버 샷을 날리는 쾌감부터, 5m 퍼팅의 순간까지의 긴장까지, 골프의 모든 재미는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해커로서의 성취감

오늘 하루만 한 500줄 남짓을 코딩한 것 같다. 코딩 종류도 다양하다. 2.5차원 경로안내 측위 시스템, html5기반 지도 시스템 정리, 이미지 프로세싱, 기타 잡다한 버그픽스 등등… 사실 하나의 완성된 시스템을 계속 유지한다고 가정했을때, 특별한 기능 추가가 없는 한 코드 줄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한다. 어찌되었건 오늘 손 댄 row만 따지자면 이정도 될 것이다.

2시 반에 퇴근해 막 샤워를 마치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서, 오늘의 일을 정리해야겠다는 마음이 크게 동해 블로그에 일상을 업데이트 한다. 역시나 가장 중요한 주제는 오늘의 코딩이다. 오늘 난 과거의 코딩이 얼마나 깔끔했는지에 대해 감탄했으며, 또 지금의 상황(오늘 major update가 있었다)을 얼마나 충실히 대비했는지 다시 새겼고, 앞으로도 꾸준히 이런 코딩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깊게 들었다. 사실 이런 말을 한다는게 심한 자기도취이긴 하다만, 내 나름대로 오늘은 이정도로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단순히 코드를 부여잡고 오늘내일 먹고 살 것에 안달복달하자면 별 필요없는 능력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될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 프로그래머로서, 역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완성품을 상상하는 능력”이다. 구체적인 모양을 머리 속에서 잡고 움직이면 한결 편해진다. 데이터, 스키마, DB의 관계, 그리고 사용자의 첨단에서 정보를 표시해주는 작은 사각형 하나까지, 그리고 그리고 또 그려야만 소프트웨어는 완성된다. 이 그림이 없을 때 시간은 그만큼 지체된다. 나는 오늘의 10시간 코딩을 위해서 약 5일간을 말 그대로 생각만 했다. 그 결과가 이렇게 나올때 비로서 “성취감”이라는 단어를 쓸 자격이 주어진다고 생각한다.

단순화하지 못하면 결국 “모르는 것”이다. 사용자에게 보여지는것은 가능한 한도 내에서 최대한 단순화해야 한다. 시스템의 복잡도는 그 역으로 상승한다. 우리는 Voyager 2호의 1만배 넘는 성능의 컴퓨터를 모두 주머니에 넣고 있지만, 기껏해야 화난 새나 날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부드러운 움직임과 현실적인 물리 효과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리소스와 수많은 사람들의 연구가 있었는지를 생각해보자면, 우리가 하찮은 일을 한다고 자조할 것이 아니라 꽤나 자랑스러워 해야 한다.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코딩을 위해서 한 일이 꽤 많다. 건물 6개 층의 도면을 만들고, 픽토그램과 연결하고 안내를 기입하고, 또 전체적인 경로를 잡고… 아직도 버그는 존재한다. known issue는 고쳐져야 하지만, 알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이미 반은 간 것이다(물론 완성 전 얘기다. deadline은 9일 오후 5시이며, 시제품 시연이기 때문에 사소한 문제는 카바칠 수 있다).

오늘을 스스로 치하하며.